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정부가 강제로 되찾는 것이 아니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의 조사와 협상, 매입 예산을 거쳐 들여온다. 안중근 의사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는 이 경로로 2025년 정보 입수 뒤 매입해 국내로 왔지만, 같은 안중근 유묵 '독립'은 소장자 협상이 막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시민은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의 제보 창구와 국민펀딩을 통해 환수 과정을 확인하거나 참여할 수 있다.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를 국내로 들여오는 일은 국가가 강제로 회수하는 방식이 아니다. 실무는 국가유산청 산하 특수법인인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맡는다. 이 재단은 문화재보호법 제69조의3에 근거해 2012년 설립됐고, 2024년 국가유산청 출범에 맞춰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환수 방식은 크게 세 갈래다. 소장자가 자발적으로 넘기는 협상·기증, 시장이나 소장자에게서 사들이는 구입, 그리고 수사공조나 소송 같은 법적 강제다. 어느 방식을 쓸지는 그 문화재가 나라 밖으로 나간 경위에 불법성이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약탈처럼 반출 자체가 부당했다면 법적 대응이 가능하지만, 합법적으로 거래돼 개인이 소유한 물건은 결국 협상하고 사 오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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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3일 국가유산청은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에서 환수한 안중근 의사 유묵 '만국공법불여대포(萬國公法不如大砲)'를 덕수궁 중명전에서 처음 공개했다. 국제법이 대포만 못하다는 뜻으로, 1910년 뤼순감옥에서 사형을 앞둔 안 의사가 국제 질서의 무력함에 느낀 회의가 담겼다.
공개까지의 과정이 곧 환수 경로의 표준이다. 재단은 2025년 5월 현지 협력망을 통해 유묵의 존재를 확인했고, 6월에는 전문가 서면 자문과 현지 조사, 매도 신청 접수를 진행했다. 이어 여름 동안 매도인과 협상해 9월 계약을 맺었고, 11월에 국내로 들여왔다. 정보 확인에서 반입까지 반년이 걸렸다.
여기서 국가유산청과 재단의 역할이 나뉜다. 정보 입수, 진위 조사, 소장자 협상은 재단이 주도하고, 국가유산청은 행정과 제도로 뒷받침한다. 국외 문화재 긴급매입 지원사업은 2010년부터 이런 매입에 예산을 대 왔고, 복권기금 등이 재원으로 쓰인다. 되찾아 온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 같은 국가 기관이 보관한다.
협상 기반이라는 말은 상대가 팔지 않겠다고 하면 진행이 멎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다른 안중근 유묵 '독립'이 그 경우다. 이 작품은 일본인 간수의 후손이 소유하고 교토 류코쿠대학이 위탁 보관 중인데, 아직 국내로 오지 못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경기도는 2025년 9월 추가경정예산으로 13억원을 편성해 광복회 경기도지부에 지원했다. 전체 예상 매입비는 약 26억원이라 나머지는 국민펀딩으로 채울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 소장자와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아 펀딩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이렇게 협상이 막히면 정부와 지자체는 강제 회수 대신 예산 절차를 관리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더시사법률 보도에 따르면 연말까지 반환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사업기간 연장이나 교부결정 변경을 검토하고, 최종 결렬 시에는 교부결정을 취소해 집행하지 않은 잔액과 이자를 돌려받도록 명할 수 있다. 실패한 협상의 뒤처리까지 제도 안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환수는 관 주도로만 굴러가지 않는다. 시민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몇 가지 있다.
한 가지는 기대치를 조정해 둘 필요가 있다. 해외 개인이 합법적으로 가진 문화재는 소장자가 동의해야 움직이고, 그 협상은 짧게는 반년, 길게는 여러 해가 걸린다. 환수 소식이 들리면 성사 여부보다 지금 어느 단계인지를 확인하는 편이 실제 상황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