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15년 묵은 '선박왕' 권혁의 체납 3,938억 원을 완납받았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체납은 일시적으로 자금이 막힌 경우다. 이런 납세자를 위해 분납, 납부기한 연장·납부고지 유예, 압류·매각 유예처럼 가산세 없이 합법적으로 미루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 낼 의사가 있는데 시점이 문제라면 체납되기 전, 납부기한 3일 전까지 사유와 서류를 갖춰 신청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세청은 2026년 10월 7일 '선박왕' 권혁 회장의 개인 체납액 3,938억 원을 15년 만에 완납받았다고 밝혔다. 7월 말 현금 1,000억 원을 받고 나머지는 해외 선박 5척을 담보로 잡았다. 법인의 2차 납세의무까지 더하면 7,902억 원 규모다.
이건 해외에 재산을 숨긴 최고액 체납이라는, 극단적인 사례다. 대다수 체납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낼 뜻은 있는데 매출이 한 번 꺾이거나 큰 지출이 겹쳐 그달에 돈이 없는 경우다. 문제는 이때 '일단 버티자'며 납부일을 넘기면 가산세가 붙고 압류로 번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체납이 되기 전에 쓰는 제도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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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황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부터 가려야 한다.
| 제도 | 쓰는 상황 | 최대 기간 | 신청처 |
|---|---|---|---|
| 분납(분할납부) | 세액이 커서 한 번에 내기 부담 | 납부기한 후 2개월 | 신고서·홈택스 |
| 납부기한 연장·납부고지 유예 | 재해·사업손실·질병 등 사유 | 9개월 | 홈택스·세무서 |
| 압류·매각 유예 | 이미 체납, 재산 압류가 임박 | 1년 | 관할 세무서 |
종합소득세나 양도소득세처럼 납부할 세액이 1천만 원을 넘으면 분납이 된다. 세액이 2천만 원 이하면 1천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2천만 원을 넘으면 세액의 절반 이하를 떼어 납부기한에서 두 달 안에 더 내면 된다. 별도 사유가 필요 없고, 신고서의 '분납할 세액'란에 적거나 홈택스에서 분할납부를 선택하면 끝이다. 기한만 지키면 가산세도 없다. 당장 전액이 부담스러울 뿐 두 달 안에 융통이 가능한 사람에게 가장 가볍다.
분납으로도 감당이 안 되면 납부 자체를 미루는 길이 있다. 납부기한등의 연장과 납부고지의 유예는 아직 내지 않은 세금을 최대 9개월까지 미뤄 주고, 그동안 납부지연가산세도 물리지 않는다. 다만 아무 때나 되는 게 아니라 법이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화재·수해 같은 재해나 도난, 사업의 현저한 손실이나 부도·도산 우려, 본인이나 함께 사는 가족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중상해, 상중 등이다.
신청은 원칙적으로 납부기한 만료 3일 전까지 홈택스나 관할 세무서에 한다. 만료 10일 전까지 냈는데 세무서가 10일 안에 가부를 통지하지 않으면 승인된 것으로 본다. 만약 이미 고지서를 받고 체납 상태라 압류가 걱정이라면, 강제징수를 최대 1년 미루는 압류·매각의 유예를 따로 신청할 수 있다.
핵심은 타이밍이다. 납부일을 그냥 넘기면 하루 단위로 납부지연가산세가 붙는데, 현재 기준으로 하루 0.022%, 연 8% 안팎이다. 여기에 강제징수 절차가 시작되면 통장과 재산이 압류돼 사업이 더 어려워진다. 반면 기한 안에 연장·유예를 신청하면 그 기간에는 가산세가 0이다. 미루는 결과는 비슷해 보여도, 신청했느냐 방치했느냐에 따라 비용이 갈린다.
준비할 서류는 신청서(홈택스 서식)와 사유를 증명할 자료다. 재해는 피해사실 확인서, 질병은 진단서, 사업 손실은 재무제표나 거래 내역 등이다. 체납액이 크면 담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 낼 의사는 있는데 시점이 문제인 상황이라면, 버티기보다 납부기한 전에 서류를 갖춰 신청하는 쪽이 늘 낫다. 헷갈리면 국세청 상담센터(126)나 관할 세무서에 먼저 물어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