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문기구가 7월 발표한 권고안에 '소생활권'이라는 지리 단위가 등장하면서 거주지에 따라 병원 이용이 제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소생활권은 지금까지 보건인프라 배치 기준으로 제시된 개념일 뿐, 의원급 진료범위나 환자 등록 기준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 병원 선택권이 실제로 바뀌는지 판단하려면 앞으로 나올 시행안에서 소생활권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를 지켜봐야 한다.
거주지에 따라 다닐 수 있는 병원이 정해진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불안을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 당장 병원 선택이 제한되는 제도는 없다. 논란의 출발점은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초고령사회 의료체계 전문위원회가 2026년 7월 28일 내놓은 '초고령사회 예방적 보건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지역보건·일차의료 권고안'이다.
이 권고안에 '소생활권'이라는 용어가 담겼다. 권고안은 소생활권을 "주민이 일상적으로 생활하고 지역자원을 공유하는 지리적 단위"로 정의했다. 문서상으로는 보건지소나 건강생활지원센터 같은 공공 보건인프라를 어디에 배치할지 정하는 공간 단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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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지리 단위가 앞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범위나 환자 등록 기준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생활권을 도시계획상 개념으로 적용하면 대체로 행정동 단위로 좁혀지는데, 이 경계가 곧 '내가 갈 수 있는 병원'의 경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 대목을 강하게 비판했다. 소생활권을 진료 범위로 삼으면 "명칭만 다를 뿐 인두제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인두제는 의사 한 명이 등록 환자 수만큼 정액을 받는 방식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등록된 곳 외에는 가기 어려워지는 구조를 뜻한다. 거주지에 따라 진료 기관이 단일하게 정해지면 국민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제한된다는 것이 반발의 핵심이다.
여기에 8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범정부 AI 기본의료 전략에도 비슷한 개념이 등장하면서, 서로 다른 정책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겹쳤다. 의료계에서는 소생활권과 별도로 거론되는 '소진료권' 개념까지 맞물릴 경우, 공공진료기관 신설이 동네의원이 맡던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지금 시점에서 사실과 우려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확정된 사실은 소생활권이 '권고안'에 담긴 개념이라는 점, 그리고 그 용도가 문서상으로는 공공 보건인프라 배치 기준이라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소생활권을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범위로 확정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이 개념이 실제 제도로 옮겨질 때의 모습이다. 진료 범위 제한이나 환자 등록제로 이어질지, 아니면 인프라 배치 기준에 머물지는 후속 시행안이 나와야 확인된다. 권고안은 말 그대로 자문기구의 제안이며, 그 자체로 법적 강제력이 있는 규정이 아니다. 실제 정책이 되려면 복지부의 검토와 입법·고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지금 오가는 이야기는 방향에 대한 논쟁에 가깝다.
당장 다니던 병원을 못 가게 되는 상황은 아니다. 지금 특정 의원이나 상급병원을 이용 중이라면 바뀌는 것은 없다.
앞으로 판단 기준은 하나다. 후속 대책에서 소생활권이라는 단어가 '인프라를 어디에 둘지'를 정하는 데 쓰이는지, 아니면 '환자가 어디를 갈 수 있는지'를 정하는 데 쓰이는지다. 전자라면 개인의 병원 선택과는 거의 무관하고, 후자로 넘어가면 선택권 제한 논의가 본격화한다. 복지부의 시행안이나 의료계 협의 결과가 나올 때 이 구분을 기준으로 살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