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2025년 18.82%의 역대 최고 수익률로 231조6000억원을 벌어 기금이 1458조원으로 불었고, 이를 반영한 복지부 재계산에서 소진 시점이 2064년에서 2069년으로 5년 늦춰졌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를 장기 가정을 그대로 둔 '단순 재추계'라고 못 박았고, 이는 인구구조가 좌우하는 공식 재정추계와는 다른 층위의 계산이다. 고갈 시점에 대한 공식 판단은 2028년 제6차 재정계산에서 나오므로, 단기 수익률 헤드라인보다 그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낫다.
국민연금이 2025년 한 해 231조6000억원을 벌었다. 수익률 18.82%로 1988년 기금 설치 이후 가장 높았고, 3년 연속 사상 최대다. 적립금은 1458조원까지 불었다. 국민연금공단이 2026년 2월 내놓은 잠정치다. 이 실적을 반영해 보건복지부가 다시 계산하자 기금 소진 시점은 기존 2064년에서 2069년으로 5년 늦춰졌다.
숫자만 보면 고갈 걱정이 한결 가벼워진 듯하다. 그런데 복지부는 이 결과에 분명한 단서를 달았다. 2025년 말 기금 규모만 반영한 '단순 재추계'라는 것이다. 공식 판단이 아니라 참고용 계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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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추계는 앞으로 70년을 내다보는 장기 계산이다. 여기서 쓰는 기금 수익률은 매년의 실제 성적이 아니라 장기 평균 가정이다. 2023년 제5차 재정추계는 이 값을 연 4.5% 안팎으로 놓고 2041년 적자 전환, 2055년 소진을 전망했다.
한 해 18%를 벌어도 그 뒤 수십 년의 평균 가정이 그대로면 장기 그림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반대로 장기 평균 가정을 조금만 올리면 파급력이 크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서 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고갈이 약 7년 미뤄졌고, 연 6.5%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낙관 시나리오에서는 소진 시점이 2090년까지 밀렸다.
핵심은 '꾸준히'다. 좋은 한 해는 가정 대비 여윳돈을 남기지만, 그 자체로 장기 평균 가정을 바꾸지는 못한다. 추계는 매년 초과수익을 복리로 쌓아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앞으로의 평균 수익률을 다시 보수적으로 가정하고 70년을 다시 그리기 때문이다.
기금 재정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변수는 수익률보다 인구구조다. 국민연금은 걷는 보험료가 나가는 급여보다 많을 때 기금이 쌓이는 구조인데,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느는 저출산·고령화가 이 균형을 무너뜨린다. 5차 추계가 2041년을 적자 전환 시점으로 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 년의 초과수익은 그 적자 전환을 조금 늦출 뿐 방향 자체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소진 시점 숫자가 자료마다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2064년이라는 기준선 자체가 수익률이 아니라 2025년 연금개혁의 보험료율 인상을 반영해 만들어진 값이다.
| 기준 | 소진 시점 | 성격 |
|---|---|---|
| 5차 재정추계 | 2055년 | 2023년 공식 추계 |
| 연금개혁 반영 | 2064년 | 보험료율 인상 등 반영 |
| 2025년 실적 반영 | 2069년 | 복지부 단순 재추계 |
이번 성적이 장부상 숫자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2026년 들어서도 국내 증시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민연금은 2분기에만 국내주식에서 189조원대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주식이 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석 달 새 18.1%에서 21.1%로 올랐다. 이렇게 쌓인 여유는 장기 가정 대비 완충 역할을 한다.
다만 이는 시간을 버는 것이지 문제를 푸는 것과는 다르다. 좋은 수익률은 개혁을 미룰 여유를 줄 뿐 개혁을 대신하지 않는다. 복지부의 재계산도 '5년 연장'이라는 폭에 그쳤다.
지금 쏟아지는 수익률 뉴스는 대부분 잠정치이거나 특정 의원실에 제출된 단순 재계산이다. 고갈 시점에 대한 공식 판단은 정해진 절차를 따른다. 국민연금은 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하며, 직전이 2023년 제5차였으므로 다음 공식 추계는 2028년 제6차 재정계산이다.
여기에는 2025~2026년의 실제 수익률뿐 아니라 갱신된 인구 전망과 경제 변수, 2025년 연금개혁의 효과가 함께 반영된다. 단기 실적 헤드라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2028년 6차 재정계산이 내놓을 소진 시점과 장기 수익률 가정을 확인하는 편이 가입자에게는 더 실질적이다. 그전까지 나오는 '몇 년 연장' 숫자는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치로 보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