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법은 가족을 하나로 정의하지 않아, 민법은 배우자·직계혈족·형제자매를 가족으로 보고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규정한다. 다른 법이 가족을 따로 정하지 않으면 대개 민법 기준을 따르는데, 이 좁은 정의가 비혼·동거·1인 가구를 건강보험 피부양이나 주거 지원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2024년 대법원이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 자격을 인정한 것처럼 바뀐 부분이 있는가 하면 생활동반자법처럼 아직 논의 단계인 것도 있어, 제도별로 확정됐는지 논의 중인지를 나눠 확인해야 한다.

'정상가족'이라는 표현을 두고 논쟁이 이어진다. 핵심은 국가가 혼인·혈연·입양으로 묶인 가족만 표준으로 전제하고 나머지는 예외로 밀어낸다는 지적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이 가족을 그렇게 규정한 것이 발단이었다.
통계상 가구 구성은 이미 달라졌다.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형태가 됐고 비혼 동거, 한부모도 드물지 않다. 법이 전제하는 가족과 실제 사는 모습 사이의 간극이 제도 곳곳에서 불거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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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법에는 가족의 정의가 하나로 통일돼 있지 않다. 대표적인 두 축이 있다.
민법 제779조는 배우자, 직계혈족(부모·자녀 등), 형제자매를 가족으로 본다. 직계혈족의 배우자나 배우자의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할 때만 가족에 들어간다. 호주제가 폐지된 2005년에 정비된, 법적 분쟁의 기준이 되는 정의다.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는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규정한다. 이쪽은 정책 방향을 가리키는 선언에 가까워 범위를 딱 잘라 특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법이 가족을 따로 정의하지 않으면 대개 민법상 가족 개념을 끌어다 쓴다. 세금, 복지, 상속 같은 개별 제도가 이 정의를 준용하는 구조라, 좁게 잡힌 기본값이 여러 제도로 그대로 번진다. 두 정의 모두 사실혼·동거 커플을 당연히 포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정의는 서류상 문구에 그치지 않는다. 가족으로 인정받느냐가 돈과 권리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 피부양 자격이다. 2024년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를 사실혼에 준하는 생활공동체로 보고 피부양 자격을 인정했다. 가족의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가 보험료 부담을 실제로 바꾼 사례다.
주거 지원도 민감하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나 전세자금 대출처럼 혼인을 요건으로 삼는 제도에서는 혼인신고 여부가 신청 자격을 가른다. 국토교통부가 1인 가구나 자녀 없는 신혼, 맞벌이에게 청약 기회를 넓히는 방향으로 손보고 있지만, 제도마다 적용 시점과 조건이 다르다.
중요한 건 바뀐 것과 바뀔지 모르는 것을 섞지 않는 일이다.
이미 효력이 있는 변화가 있다. 앞의 대법원 판결처럼 판례로 인정된 부분, 1인 가구를 가정의 한 형태로 넣은 2018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 그렇다. 반면 아직 논의 단계인 것도 많다. 2021년 정부는 혼인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도 부부로 인정하는 방향을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에 담았지만, 보수 기독교계와 학부모 단체의 반발 속에 2022년 현행 유지로 돌아섰다. 동거 관계에 돌봄·의료 결정 같은 권리를 부여하자는 생활동반자법도 발의와 재발의가 거론될 뿐 아직 시행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가구에 해당하는 제도는 하나씩 나눠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신청 자격에서 '배우자'가 법률혼만 뜻하는지 사실혼·동거를 인정하는지,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국토교통부나 지자체 공고에서 최신 기준을 보는 것이다. 선언이나 발의 소식만 보고 이미 바뀌었다고 넘겨짚으면 정작 신청에서 어긋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