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직만은 겸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 요소를 섞은 헌법 구조에서 나온 예외적 허용이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의 겸직은 의석 승계 문제와 맞물려 이번 개각에서 별도의 쟁점이 됐다.

개각 때마다 국회의원이 장관 후보에 오르면 "의원 자리를 그대로 두고 장관을 겸해도 되나"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겸직은 가능하다. 근거는 국회법 제29조 제1항이다.
이 조항은 "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직 외의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문장을 뒤집어 읽으면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즉 장관직만은 예외로 겸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같은 다른 공직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지만 장관은 콕 집어 열어둔 것이다.
출발점은 헌법 제43조다. 이 조항은 국회의원이 겸할 수 없는 직을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했고, 그 법률이 바로 국회법이다. 겸직 금지의 큰 틀은 헌법이 세우고, 무엇을 금지하고 무엇을 허용할지 구체적인 선은 국회법이 그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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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을 배운 사람이라면 입법부 의원이 행정부 장관을 겸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미국식 순수 대통령제에서는 의원과 장관 겸직이 금지된다.
한국 헌법은 대통령제를 뼈대로 하되 의원내각제 요소를 군데군데 섞어 두었다. 국무총리를 두고, 국무위원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도록 하며,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허용하는 조항들이 그 흔적이다. 국회법 제29조의 예외도 이 혼합 구조에서 나왔다.
다만 학계에서는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헌법과 이 겸직 허용이 잘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견제해야 할 대상인 행정부의 일원이 의원 신분을 유지하면 삼권분립의 취지가 흐려진다는 문제 제기다. 허용은 되어 있지만 그 정당성 자체는 여전히 논쟁 중인 영역이다.
이번 개각에서 겸직이 유독 문제가 된 쪽은 비례대표 의원이다.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장관을 겸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법으로는 지역구든 비례든 겸직 자체가 가능하다. 차이는 의석 승계에서 갈린다. 비례대표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같은 정당의 후순위 후보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 그래서 역대 비례대표 장관들은 입각하면서 의원직을 반납해 왔다. 2000년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 2016년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그런 사례로 거론된다.
용 후보자는 결이 다른 사정을 든다.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의원이라 자신이 사퇴하면 승계할 후순위가 없어 당이 원외정당으로 밀려난다는 것이다. 개인의 자리 욕심이 아니라 소수정당 존립이 걸린 문제라는 주장이다. 반면 비판하는 쪽은 장관 업무와 의정활동을 한 사람이 동시에 감당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어느 쪽 논리가 옳은지는 정치적 판단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겸직이 허용된다고 해서 두 자리의 권한을 온전히 다 쓰는 것은 아니다. 국회법은 겸직 예외에 해당하는 직에서 받는 보수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둔다.
현실적인 제약은 이해충돌에서 나온다. 장관은 자기 부처의 예산과 정책을 국회에서 심사받는 처지인데, 같은 사람이 그 국회의 의원이기도 하다면 견제와 피견제가 한 몸에 겹친다. 소관 상임위 활동이나 표결에서 스스로 물러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임명되면 의원직에서 물러나고 후순위가 승계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금은 허용되는 겸직을, 적어도 비례대표에 한해서는 제도로 막자는 움직임이다. 겸직 가능 여부를 판단할 때는 법 조문만이 아니라 이 승계 구조와 이해충돌까지 함께 봐야 그림이 온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