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7년 착수를 목표로 수도권 공공기관 350곳 안팎을 지방으로 옮기는 2차 지방이전을 추진하면서 이번엔 국책은행 같은 금융기관까지 대상에 올랐다. 산업·기업·수출입은행 노조 2000명이 여의도에서 첫 공동 집회를 열 만큼 반발이 큰데, 정책금융의 효율 저하와 젊은 인력 이탈, 법 개정 필요성이 쟁점이다. 대상 기관 명단은 하반기 정부 발표에서 확정될 예정이라 어떤 기관이 오르는지 지켜볼 대목이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세 국책은행 노조가 8월 11일 저녁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 모였다. 참가 인원은 약 2000명. 세 국책은행 노조가 지방이전 문제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예금보험공사와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도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이 반발하는 대상은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이다. 이름은 낯설지만 큰 틀은 익숙하다. 수도권에 몰려 있는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겨 국토 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정책이다.

Clarence Gaspar
1차 이전은 2005년부터 시작됐다. 153개 공공기관을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옮겼고, 2019년께 마무리됐다. 한국전력이 나주로,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간 것이 그때 일이다.
2차 이전은 그 후속편이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에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선도기관을 시작으로 실제 이전에 착수한다는 일정을 제시했다. 대상으로 거론되는 수도권 공공기관은 350곳 안팎이다. 1차 때 남겨졌던 기관, 그리고 1차 이후 새로 생긴 기관까지 포함된다.
이번 이전의 방식은 1차와 결이 다르다. 정부는 지역별로 기관을 하나씩 나눠주기보다, '5극3특' 성장 전략에 맞춰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관을 한곳에 모으는 집적배치를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 금융은 금융끼리, 연구는 연구끼리 묶어 지역 산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이전 기관이 지역 인재를 실제로 채용하고 산학협력을 이행하는지 의무적으로 점검하는 장치도 예고됐다.
이 구상 속에서 부산은 세 국책은행을 유치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번 논란의 뇌관이 금융기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조가 드는 반대 논리의 핵심은 정책금융의 특수성이다. 글로벌 금융사와 외국 공관이 수도권에 몰려 있고 핵심 자금 수요도 수도권과 해외에 집중돼 있는데, 정책금융의 본거지를 지방으로 쪼개면 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인력 문제도 걸린다.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한 연구용역에서 지방 이전 시 근속 5년 미만 직원의 계속 근무 의향은 12.0%, 2030세대가 많은 5급 실무직은 9.5%에 그쳤다. 젊은 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경고다.
제도적 걸림돌도 있다. 국책은행은 산업은행법처럼 개별 법에 본점 소재지가 규정돼 있어, 지방으로 옮기려면 국회의 법 개정이 먼저 필요하다. 정부가 방침을 정한다고 곧바로 옮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노조는 여기에 절차 문제도 얹는다. 1차 이전이 지역 경제에 실제로 어떤 효과를 냈는지부터 따져본 뒤 2차를 논의하자는 것, 그리고 강제 이전 검토를 멈추고 당사자와 협의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균형발전의 성과를 앞세운다면, 노조는 그 성과부터 검증하자고 맞서는 구도다.
정리하면 이번 이전은 균형발전이라는 오래된 목표와, 정책금융의 효율·인력 유지라는 현실적 우려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사안이다. 대상 기관 명단과 부산 유치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하반기 정부 발표에서 어떤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이름을 올리는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