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재난을 당한 재외국민은 2021년 시행된 영사조력법에 따라 국가의 영사조력을 받을 수 있고, 영사콜센터와 재외공관이 24시간 연락 창구 역할을 한다. 영사조력은 스스로·연고자·주재국으로 해결이 어려울 때 작동하는 보충적 제도이며, 비용은 원칙적으로 본인 부담이되 긴급·무자력 시 국가가 부담할 수 있다. 출발 전 해외안전여행 앱 '동행' 등록과 영사콜센터 번호 저장으로 미리 대비해둘 수 있다.
해외에서 사고나 재난을 당하면 정부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부터 정리해두는 편이 낫다. 근거가 되는 법은 2021년 1월 시행된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다. 이 법은 사건·사고로부터 재외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조력을 영사조력으로 규정한다.
영사조력은 유형이 정해져 있다. 형사절차, 범죄피해, 사망, 미성년자·환자, 실종, 그리고 위난상황 여섯 가지다. 지진·홍수 같은 대형 재난은 마지막 위난상황에 해당한다. 유형을 나눠 둔 이유는 상황마다 공관이 할 수 있는 조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오해를 먼저 짚어둘 필요가 있다. 영사조력은 무제한 대행 서비스가 아니다. 법은 재외국민이 스스로, 또는 가족 등 연고자나 주재국 정부의 지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조력이 제공된다고 못 박고 있다. 국가가 개인을 대신해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이 막혔을 때 작동하는 보충적 장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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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본인 부담이다. 생명·신체·재산을 지키는 데 드는 비용은 재외국민이 낸다. 다만 예외가 있다. 긴급히 보호할 필요가 있거나 본인의 무자력 등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
돈 문제로 발이 묶이는 상황도 대비돼 있다. 분실이나 도난으로 급하게 현금이 필요할 때, 재외공관장은 국내 가족이 보내는 해외송금을 지원할 수 있다. 여권을 잃고 통장도 막힌 상태에서 가족의 돈을 받을 통로를 열어주는 역할이다.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번호는 영사콜센터다.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며, 국내에서는 02-3210-0404, 해외에서는 +82-2-3210-0404로 걸 수 있다. 국가별 무료 접속번호(+800-2100-0404)도 있다. 영어·중국어·일본어를 포함한 7개 언어 통역도 지원한다.
현지에서는 재외공관이 대응 주체다. 2026년 8월 네팔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이 홍수로 고립됐을 때가 실제 사례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등 한국인 10명이 외국인 직원 약 200명과 함께 갇혔고, 외교부는 사태 직후 현지 영사를 보내 신변을 확인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27일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신속대응팀 파견과 외교채널 가동을 지시했고, 같은 날 고립됐던 10명 중 9명이 네팔군 헬기로 후송됐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구조는 단순하다. 현지 공관이 신변을 확인하고, 본국이 주재국 정부·군과 협력해 구조를 조율한다. 개인이 직접 헬기를 부를 수는 없어도, 이 경로에 자신의 존재와 위치를 알려두는 것이 구조의 출발점이 된다.
재난은 예고 없이 온다. 그래서 평소 등록이 중요하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앱 '동행'에 여행 일정을 넣어두면 방문국의 안전정보가 실시간 푸시로 온다. 위급상황에서는 미리 등록한 비상연락처로 자신의 위치정보(위도·경도와 주소)를 문자로 즉시 보낼 수 있다.
앱이 부담스럽다면 해외여행자 인터넷등록제가 대안이다.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0404.go.kr)에 여행정보를 등록하면 외교부와 해당 공관이 여행지역 안전정보를 이메일로 보내준다. 두 제도의 공통점은, 사고가 나기 전에 '내가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정부 시스템에 남겨두는 것이다.
출장이나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출발 전에 동행 등록과 영사콜센터 번호 저장, 이 두 가지만 해두는 편이 현실적이다. 재난 상황에서 연락 창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